top of page

오정식 사진전 "돈대의 질곡, 피안”
방 앞에는 추가 달린 저울과 동물사료 몇 포대가 쌓여있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텅 빈 신작로 옆 치매 걸린 아버지가
기억을 지우고 있는 그 시각, 울부짖는 매미소리, 광영상회, 그리고
돈대로 박제되어 있는 오정식이 있다.
저 언덕이라고 불리는 피안의 공간 돈대.
이제는 무너져 내린 깃발과 오래전 석공들이 기필코
쌓아 올렸던 석축 그 사이에, 어릴 적 들어도 끝내 들리지 않던
뒷동산 바위가 녹지 않는 얼음처럼 깊숙이 박혀있다.
삶과 죽음과 끊임없이 일어나는 욕망들로 들끓는 이 세상 차안에서의
기억을 지우고 있던 아버지와 돈대라는 진지에서 은둔하는 오정식의
기억 사이에 검버섯 거뭇거뭇 피어있는 끝내 들리지 않던 바위,
그 틈으로 언덕위 시린 돈대를 이제는 지우고 있다.
오늘도 그 옛날 석공들이 보았을 바위틈 이끼 같은 질곡의 시간을 가르며,
기러기들 떼 지어 날아간다.
민통선이 있는 강화도 돈재, 겨누고 있는 총ㅇ구도, 군인들도,
무엇을 보고 있을까.
한포축괴 사자교인, 개는 흙덩이를 던지면 흙덩이가 먹이인줄 알고 쫓아가지만,
사자는 그 흙덩이를 던지는 사람을 문다는 말이 있다.
오정식의 돈대에는 포효하는 한 마리 사자의 울부짖음이 있다.
흙덩어리를 쫓는 개도, 사람을 무는 사자도 본래는 저 언덕쯤인 것을!
맘갤러리 관장 마니(사단법인 국제선사진영상센터 대표)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