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영 사진전 “십우도”
마음이 흔들릴 때는 이건영의 흑백사진 속으로 들어가 보라.
이건영의 사진은 멀리 있는 것이 잘 보이는 노안(老眼)과 같이, 깊은 인생살이를 들여다보는 맛이 있다.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과의 동병상련이랄까?
“육신의병을 고치는 의사와 마음의 병을 고치는 의사 중 어떤 사람이 되겠는가?‘라는 동산스님의 물음이 생각나는 이건영의 흑백사진 속에는 꾾임 없이 자신을 찾아 가는 구도행, 선종 십우도가 보인다.
십우도는 소와 목동을 소재로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형상화한 10단계의 소 그림이다.
소를 찬아나서는 심우(尋牛),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따라가는 견적(見跡),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소를 발견하는 견우(見牛).
소를 얻었지만 달아나려는 소와 고삐를 붙잡은 목동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득우(得牛),
고삐를 놓았는데도 소는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는 목우(牧牛),
목동이 소 등에 앉아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가는 기우귀가(騎牛歸家),
마음의 소였던 화두는 버리고 소는 없고 목동만 않아 있는 망우존인(忘牛存人),
사람과 소 둘 다 보이지 않는 옛날 중국의 조주 선사가 도달했던 ‘천진(天眞)’의 경지
인우구망(人牛俱忘), 대자유의 경지인 본래 면목으로 돌아온 반본환원(返本還源), 깨달음을 얻은 고승이 산을 내려와 그윽한 표정으로 마을을 바라보는 마지막 그림 입전수수(入廛垂手).
이건영의 자신의 내면과의 소통을 위한 방법으로 폐허가 된 공간을 선택했고, 그 공간은 치열한 구도자의 수련공간인 선방이 되었다.
자신의 내적 공간으로 들어가는 무문(無門), 문 없는 문이 나를 찾아 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건영의 십우도이다.
자연과 인간이 항상 순환하며 새것과 낡은 것들의 분별은 늘 그렇게 채움과 비움으로 만나고, 다시금 생명의 순환은 무금(無今)을 낳고, 무금은 자신의 본성에서나 또렷해지는 자연의 모습으로 겹쳐진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찰라, 그 순간 속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자각,
이것이 이건영의 사진이다.
그리고 휴정선사의 탄식의 소리를 알아차리면 이건영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했다 하겠다.
“가소롭다 소를 탄자여! 소를 타고 소를 찾다니......”.
맘갤러리 관장 마니(사단법인 국제선사진영상센터 대표)




